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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글] 권면과 충고 - 하재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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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327회 작성일 08-09-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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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면과 충고

하재성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




\'누구를 위한 권면인가\'

권면은 충고와 다르다. 충고는 때로 내가 가진 진단과 처방으로 상대방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성급한 조언이다. 충고는 듣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때 이른 충고는 “자기가 뭘 안다고 충고야!” 하는 반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목회 현장에서 지도자들의 “이건 내가 한 수 가르쳐 주어야…” 하는 충고의 태도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진정한 성경적 권면은 먼저 귀 기울여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충고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음으로써 자신의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충고라는 의사소통의 형태에는 충고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면이 더 많다. 자신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면은 상대방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그에게 꼭 필요한 언어, 곧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로 마음을 터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권면이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아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랑으로 상대방을 바로 잡아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소한 권면이란 것이 한 영혼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로 마음과 인격을 감동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의 메마른 잔소리나 성급한 충고는 변화를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그 사람을 쫓아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때 이른 충고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려던 사람의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다. 결국 좋은 의도를 가지고서도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 쉬운 것이 충고다.
목회 상담학에서 권면이라는 말은 흔히 권면적 상담(Nouthetic Counseling)으로 잘 알려진 상담학자 제이 아담스(Jay Adams)의 이론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은 훈계하다(admonish), 경고하다(warn), 교정하다(correct), 혹은 가르치다(instruct)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아담스에게 있어서 권면이란 사람이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직면한다(confront)는 의미가 강하다.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는 (딤후3:16-17) 역할을 가진 것처럼 아담스는 상담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여기에는 바울이 성도들을 자녀처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권면한 것(고전4:14)이나, 눈물로 에베소 교회의 성도들을 권면하던 모습(행20:31)도 포함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담스의 권면적 상담이란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는 목회적 권면의 의미보다는 설교나 가르침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경우 권면이 자칫 충고로 변질되기 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목회자나 교회 지도자들이 말씀을 가르치는 데는 익숙하여, 속 깊은 사정을 충분히 듣기 전에 이미 권면을 시작하고 있다면 그것은 흔한 충고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권면은 권면하는 사람의 편의나 감정해소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권면 받는 사람의 변화와 혜택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와 사랑, 그리고 연약한 사람이 어떻게 나의 마음을 받아 더 바른 길에 설 수 있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
다윗은 시편 41:1절에서 “빈약한 자를 권고하는 자가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저를 건지시리로다” 라고 고백한다. 여기에서 권고는 충고의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의 연약함을 배려하는 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권면하는 분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은 요란한 말재주나 힘든 것을 담대히 말하는 용기가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공감하는” 마음의 태도이다. 부모가 청소년 자녀들을 권면할 때에도, 평소에 자녀의 필요에 전혀 관심 없는 부모가 성적만 가지고 다그칠 때, 그 아이는 더 이상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목회적 권면은 권면자가 상대방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하고, 그의 어려운 사정들을 먼저 공감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사랑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관계라면, 급한 일이 아닌 이상, 권면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존중과 사랑의 태도로 권면하는 것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성도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혹시 인격적 장애가 있는지, 그렇지 못한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 지도자들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교회에 처음 나오거나 신앙을 처음 가진 분들에게는 권면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 교회에서 시험을 겪고 상처를 입은 분들을 위해서도 권면이 필요하다. 도덕적으로 그릇된 길을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역시 권면이 필요하다. 결국 권면이란 인격과 인격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도덕적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먼저 성숙한 사람, 혹은 먼저 지도자 된 사람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강한 자가 약한 자의 연약을 담당해야 하고, 더 큰 마음의 그릇으로 연약한 자들을 돌보는 사랑과 관심이 함께 가야 한다.
오늘 날 우리는 멘토링(mentoring) 혹은 코칭(coaching)이란 새로운 영역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전문적 교육과 인격적 권면을 함께 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새로운 이들을 세워주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교회에서도 잘 믿는 믿음의 선배들이 처음 믿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양육사”들을 두고 있다. 교회의 신앙생활과 공동체 생활에서 권면과 모범은 먼저 믿는 사람들, 그리고 성숙한 지도자들의 의무이며 그들이 가진 지도력의 본질이다.
목회 상담자로서 필자는 때로 상담하고 권면하는 분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어려운 이야기를 정면으로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당신의 잘못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물론 그 순간 상대방이 불편해 하는 것을 느낄 때도 있지만, 상담자로서 항상 먼저 실천하는 것은 충분한 청취와 공감이다. 그들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기에 상담자의 강한 표현과 해석에 대하여 내담자들이 “반감” 보다는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받아 들이는 것을 경험한다.
권면의 핵심은 영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다. 그에 따른 진지한 청취와 공감으로 그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기술이라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권면의 방법, 언어의 선택은 바로 그 진실한 관심과 사랑에서 흘러 나온다. 권면은 지도자들에 의한 것이지만, 권면의 목적은 지도자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권면은 오직 그것을 받는 영혼의 유익을 위한 것이다.*  


(기독교보 9월8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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