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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돈 교수 퇴임사-회고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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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520회 작성일 18-12-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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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돈 교수 퇴임사-회고의 글

 

교수로 부임한지 216개월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16년간 미국에서 이민 생활하다 한반도의 최남단인 부산 송도해변 암남동에 떨어졌다. 오늘날처럼 말끔하게 개발되기 전의 지저분한 송도 해수욕장과 아직 푸세식 변소를 사용하는 허름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산동네를 보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신학대학원은 복음병원 바로 옆에 있는 오래된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교수연구실은 천안 캠퍼스에 비하면 형편없이 비좁았고 내 방의 소파는 앉으면 푹 꺼질 정도로 낡았다. 학교에서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던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입주했다. 아파트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앞을 지나야 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서로 자기 집으로 손님을 끌려는 호객행위의 등살에 시달려야 했다. 수없이 손 사례를 친 후에야 내 얼굴이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 길을 무사히 통과한 후에는 가파른 언덕을 꼬불꼬불한 좁은 미로를 따라 올라가야 했다. 그렇게 언덕 위에 있는 학교에 닿으면 숨이 가빠 헐떡였다.

 

나는 처음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기쁨에 취하여 이런 열악한 환경과 조건들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갓 부임한 교수 특유의 열정과 에너지를 강단에서 한껏 품어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다. 수업시간이 부흥회와 같다고들 했다. 학생들이 전국교회에 무명의 교수를 알리는 전령역할을 해주었다. 그 덕에 유일하게 본교 출신도 아니고 고신 교단의 배경과 인맥도 없는 이방인이 교단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또한 동료 교수님들이 모두 잘 대해주시고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특별히 나와 함께 교의학을 담당한 유해무 교수님과 좋은 콤비를 이루는 사역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나와 유교수님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처럼 인상이 비슷하다는 농담을 들었다. 유교수님은 자신이 나보다 잘 생겼다고 했다는데 착각은 자유이다.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신원하 원장님과 길성남, 변종길, 양낙흥 교수님과 나눈 우정을 잊을 수 없다. 나보다 늦게 와서 나보다 훨씬 더 학교를 위해 헌신하며 기여한 기동연, 최승락, 하재성, 김성수, 김성운, 이성호 교수님께 감사와 함께 선배 구실을 하지 못한 미안함을 전한다. 나에게 배운 제자가 어느새 탁월한 학문성과 영성을 겸비한 선생이 되어 교수진에 합류하였다. 문화랑, 조광현 교수님이다. 그들의 교수사역에 주님의 은혜가 함께 하기를 빈다.

 

지난 이 십여 년을 하루처럼 보낸 것 같다. 그동안 이룬 학문적인 성과는 미진하여 부끄럽기 그지없다. 잘한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강의만은 성심껏 해왔다는 점 일게다. 한 번도 강의를 준비 없이, 성의 없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강의를 철저히 준비하고 기도하며 열정을 가슴에 품고 강단에 서는 데는 변함이 없다.

 

나는 성령론을 전공했고 가르쳐왔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성령의 권능을 추구하며 연구해왔다. 단순히 학적인 관심이 아니라 심령의 갈급함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나는 성령 충만에 대한 신학적인 지식이 아니라 그 은혜의 실체를 갈구했다. 젊어서는 이론적인 신학에 심취했지만 점차 생명력을 잃은 교회를 살리고 부흥케 하는 신학으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졌다.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죄와 사망의 세력으로부터 그들을 해방하는 성령의 권능을 추구하였다.

 

나는 교수사역을 하면서 주일에는 서울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사역을 15년간 해왔다. 그동안 나는 큰 교회에 있었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척박한 목회현장을 체감하며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피부에 와 닿게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교회가 수년 내에 급성장했다면 수많은 작은 교회 목사들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나처럼 하면 부흥하는데 왜 당신들은 그렇게 못하느냐는 식의 거만한 훈계와 가르침으로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며 그들을 더 주눅 들게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작은 교회를 섬긴 것이 나에게 값진 깨우침과 교훈을 안겨주었다. 목회적인 안목과 시각을 넓혀주었고 나의 신학적인 지평이 목회적이고 실천적인 방향으로 더 풍성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강한 성취지향적인 야망과 속히 사역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못견뎌하는 영적인 조급증을 발견하는 시간이며 나의 자만심이 깨지는 연단의 과정이었다.

 

이제 교정을 떠나서 그동안 연구하고 터득한 모든 것은 한데 아우르는 결산작업을 하려고 한다. 우선 한국교회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일로 신학의 열매를 맺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껏 연구하고 가르친 신학의 내용이 구체적인 목회현장에서 과연 효과적으로 적용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날 교회가 꼭 필요로 하는 책 집필을 통해 한국교회를 섬기려고 한다. 내 가슴에 품은 오랜 염원, 즉 주님의 교회가 새로워지고 부흥하는 비전이 조금이라도 실현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배운 모든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대들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고 영광이었다. 선생으로서 본이 되지 못한 많은 면에 용서를 빈다. 선생의 자질이 심히 부족한 이를 향한 따스한 사랑의 눈빛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11. 29

박영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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