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커뮤니티

저서/논문/기고

기고|저서|논문

고신 커뮤니티연구성과저서/논문/기고

기고 [기고글] 금이빨 소동 - 박영돈 교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308회 작성일 10-11-18 11:11

본문


금이빨 소동




요즘 어떤 집회에서는 멀쩡한 이를 금니로 바뀌게 하는 해괴한 현상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교인들을 바르게 지도해야 할 목사들마저 영적인 분별력이 흐려져 이런 집회에 기웃거리며 그런 초능력을 전수받으려고 한다. 안성에 있는 모 수양관에서 이런 집회가 열렸을 때 수백 명의 목회자들이 모여들었다. 집회를 인도하는 목사는 모인 사람들을 둘씩 짝을 짓게 하고 서로의 입 안에 아말감으로 때운 이를 확인하게 한 뒤, ‘예수의 이름으로 아말감은 금니로 변하라’고 외친다. 그러면 잠시 후 여기저기에서 금니로 변했다고 하는 환성이 터져 나온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모두에게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런 현상은 성령의 역사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도, 막상 그런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본 후에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이같이 기적 앞에서는 이성적이고 매우 상식적인 판단력마저 무기력해지기 쉽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성령의 역사라고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성경은 사탄도 성령의 능력을 모방하여 이적과 표적을 행하므로 미혹되지 말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어떤 그리스도인 여성은 두 발의 길이가 서로 5센티미터 정도 차이가 났는데, 마술적인 힘을 행사하는 한 ‘치유자’에게 놀랍게 치유를 받았다. 그런 후에 불행하게도 그녀는 심한 우울증과 심리적인 억압에 시달리다가 결국 목사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고 죄를 회개하였다. 그러자 즉시 심리적인 억압은 떠나가고 동시에 그녀의 발 길이는 원상태로 되돌아왔다. 표적과 기사는 기독교만이 전유한 것이 아니다. 다른 종교들에서도 나타난다. 이슬람교의 성자로 알려진 바바 화리드(Baba Farid)는 죽은 자를 살리고, 여러 가지 불치의 병들을 고치고, 마른 대추야자 열매를 황금덩어리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행했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보도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신기한 현상이나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것을 성령의 역사라고 믿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성경적으로 검증해서 분명히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믿어야 한다. 의심과 비판적인 의식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의심이 없다고 무조건 신앙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내가 믿는 것이 과연 확실한 것인지 살펴보지 않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믿음이며 진지함이 없는 믿음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그런 현상이 진정한 성령 사역의 특성을 띠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에 아프리카의 어떤 선교지에서 이가 빠지고 잇몸이 상해 음식을 못 먹는 이들에게 새 이가 생기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보도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기적은 하나님이 베푸신 긍휼의 손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가난하여 의료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사람이나, 잇몸 상태가 나빠서 임플란트가 불가능하여 음식 섭취에 심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이가 재생되는 기적이 일어나 하나님의 영광과 사랑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성령의 역사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멀쩡한 이를 요술과 같이 금니로 둔갑시키는 것은 성령의 역사라 볼 수 없고 오히려 미혹의 영의 장난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성령님은 진리와 질서의 영이시기에 특별한 목적과 의미 없이 기적을 남발하여 우리를 혼란과 무질서에 빠지게 하시지 않는다. 성령님은 지금도 능력으로 역사하신다. 그러나 성령님은 기적을 아주 경제적으로 행하신다. 분명한 경륜적 목적이 없이 기적을 함부로 행하시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성령님은 기적을 아끼신다. 그것은 그런 은혜를 베푸시는 데 인색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육체 가운데 살도록 정하신 창조의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림으로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하시지 않기 위함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초자연적인 현상이 전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표적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들의 영혼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침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적과 표적으로 사람들의 의심과 불신을 단숨에 날려 버려 믿지 않을 수 없도록 그들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참된 회개와 사랑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만약 기적으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면 주님이 십자가의 길을 가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죄인들의 심령을 변화시켜 그들에게서 진정한 사랑의 순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뿐이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표적을 구하는 유대인들에게는 이 십자가의 도가 거리끼는 것이나 믿는 자에게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하였다(고전 1:23-24). 십자가의 복음이 아닌 마술과 같은 표적으로 사람들을 믿게 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을 구원하는 십자가의 능력을 온전히 의존하지 못하는 불신앙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십자가의 신학에서 벗어나 번영신학, 영광의 신학으로 변질된 메시아관이 교회에 은밀히 침투하고 있는 징후이기도 하다. 과거 유대인들과 같이 지금도 사람들은 십자가의 메시아가 아니라 기적과 표적으로 세상을 제압하는 만능의 메시아를 원하고 있다. 십자가 밑에서 군중들이 원했던 것이 바로 그런 메시아였다. 그들은 “네가 메시아이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너의 능력을 보여 달라. 그러면 우리가 믿겠노라”고 소리쳤다.
사람들을 제압하고 컨트롤하기에 초자연적인 현상과 표적보다 더 효과적인 방편은 없다. 힘없는 인간이 가장 숭배하는 것이 초자연적인 힘이며 인간은 그 앞에서 꼼짝없이 압도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역자들은 성령님을 따라가는 느리고 힘든 길을 회피하고 속성과를 택하려는 강한 유혹을 받게 된다. 기적의 전법과 초능력을 도입하여 사람들을 압도하려고 한다. 종교의 주식시장에서 기적만큼 인기 있는 상품은 없다. 어떤 목사들은 온갖 세미나를 돌아다니며 쓰러뜨리는 기술, 방언과 예언하는 법을 습득하고 병고치고 귀신 쫓아내는 권능을 전수받아 정체된 목회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몸부림친다. 말씀을 아무리 전해도 별 변화가 없지만 병 고치는 능력을 받아 암환자라도 고쳐서 그 소문이 퍼지면 텅 빈 교회당이 금세 가득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찌 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복음사역자들은 비록 느릴지라도, 사역의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아도 복음의 정도를 따라 주의 일을 해야 한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역하는 것은 바울이 에베소 교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겸손과 눈물과 오래 참음으로 일하는 것이다(행 20:19,31). 하나님의 종은 하나님의 소모품이라는 말이 있다. 복음사역이 무한히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는 무의미한 일 같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모하는 것같이 보이는 사역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낭비하는 사랑과 은혜가 밝히 증명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 귀한 은혜와 사랑을 자격 없고 가치 없는 자들에게 무한히 탕진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이 하나님의 사랑이 탕자를 돌이키게 하듯이, 복음사역자들의 소모하는 것 같은 말씀 사역을 통해 결국 완고한 죄인들이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설복되는 것이다.  

선지동산 58호 게재 / 성령의 얼굴(8) / 박영돈 교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3건 6 페이지
기고|저서|논문 목록
[기고글] 이신철 교수 - 성적 비행(非行)과 선교적 책무
성적 비행(非行)과 선교적 책무   이신철 교수(선교학)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외교를 수행하던 윤OO 대변인이 자기의 수행하던 인턴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미 경찰에 고발을 당함으로써 대통령은 물론이고, …
2013-06-25
[기고글] 변종길 교수 - 천국에 상급이 있는가?
선지동산 64호 (신약 난제 해설 [6])   천국에 상급이 있는가?   변 종 길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요즈음 천국에 상급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2013-06-25
[기고글] 경청과 충고의 비율 50:10 - 하재성 교수
경청과 충고의 비율 50:10   하재성 교수(실천신학)   경청과 충고의 비율은 50:10이 바람직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50분 들어 준 이후 남은 10분간 분석과 판단과 충고를 하는 것이 사람을 바꾸는 시간의 비율…
2012-11-19
[기고글] 아바 아버지인가? 아빠 아버지인가? - 변종길 교수
선지동산 63호 (신약 난제 해설 5)   아바 아버지인가? 아빠 아버지인가?   변종길 교수(신약학)     개역개정판에는 예전의 성경에 비해 달라진 것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특이한…
2012-11-19
[기고글] 놓치기 쉬운 개체교회의 선교적 책무 - 이신철 교수
놓치기 쉬운 개체교회의 선교적 책무 이신철 교수(선교학)   일반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하여 후원하는 것이 개체교회의 선교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부터 이런 선교적 책무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 지난 30년 동안 수많…
2012-11-19
[기고글] 사랑이 변화시킨다 - 하재성 교수
사랑이 변화시킨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중학생 한 명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가출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약한 아이들을 때리기도 하고, 그 아이들의 물품을 갈취하였다. 심지어는 자신도 그 무리의 아이들에게 이용당하여 자기 부모…
2012-04-30
[기고글] 선교와 책무 - 이신철 교수
선교와 책무 선교 책무에 대한 논의가 2005년 제2회 방콕선교포럼에서 있었고, 2011년에는 미국 뉴 헤이븐 OMSC에서 열린 Korean Global Mission Leadership Forum에서도 선교책무를 주제로 다루었다. 한국교회가 선교사…
2012-04-30
[기고글] 7년 대환난은 정말 있는가? - 변종길 교수
7년 대환난은 정말 있는가?   오늘날 마지막 때에 ‘7년 대환난’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수님 재림 직전에 문자적인 의미에서 ‘전 3년 반’, ‘후 3년 반’의 7년 대환난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다시 ‘환난후 휴거설’, ‘…
2012-04-30
[기고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목회적 대화 이야기 - 하재성 교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목회적 대화 이야기 한 번은 어느 역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몸집이 작고 주름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내가 택시에 오르자마자 택시 기사님은 보고 있던 신문을 저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서울시…
2012-04-30
[기고글] 고신 현지선교부의 역할 강화와 사역적 책무 - 이신철 교수
고신 현지선교부의 역할 강화와 사역적 책무 필자는 지난 호에서 선교사의 사역적 책무와 관련하여 선교사는 현지선교부에 소속하여 사역할 필요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고신 선교사들이 고신 세계선교부에 속하여 그들의 사역적 책무를 감당하기 …
2012-04-30
[기고글] 주여 주여 하는 자 - 변종길 교수
주여 주여 하는 자   예수님은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고 말한다(마 7:21). 여기서 ‘주여 주여 하는 자’는 누구일까? 한…
2012-04-30
[기고글] 예루살렘 성도들의 부활 - 변종길 교수
  예루살렘 성도들의 부활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일어난 부수적 현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성소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겨진 것이다(마 27:51상, 막 15:38). 다른 하나는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지고 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2011-11-03
[기고글] 선교사의 책무와 현지선교부 - 이신철 교수
선교사의 책무와 현지선교부 필자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파송을 받은 선교사들의 사역적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지선교부의 역할의 실효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쓰고자 한다. 교회의 선교의 가장 간단한 구도는 ‘교회가 선교사를 파…
2011-11-03
[기고글] 목사는 부르심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 김순성 교수
목사는 부르심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목회자들이여, 끝까지 한길을 걸어가라 -목회자로서의 자신과 사역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가?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혼란을 겪은 적이 없는가?목사로서 당신의 장래 목표는 무엇인가?목사가 된다는 것처럼 …
2011-11-03
[기고글] 선교책무,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 이신철 교수
선교책무,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한국의 개신교회 선교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으나, 교회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통하여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운동이 점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올림픽을 지나고, 국내…
2011-04-19
[기고글] 자기파괴적 열심에서 탈출해야 한다 - 김순성 교수
자기파괴적 열심에서 탈출해야 한다 - 목회자들이여, 자유와 기쁨의 멍에를 매라 - 목회사역이 당신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오는가? 당신의 사역을 이끄는 열정 밑바닥에 깔린 동기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역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의적인 …
2011-04-1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