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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글] 하재성 교수 - 신종 독감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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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273회 작성일 09-09-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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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독감과 두려움


신종 독감(사실은 그 변종)의 등장으로 세계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한국에서도 이미 몇몇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이 질병이 더 창궐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고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두려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이 질병의 발병 경로와! 그 치명적 성격 때문에 사람들의 우려와 공포는 더 커지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다른 어떤 힘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흔히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낀다. 예측할 수 없는 전염병이나 대항하기 힘든 자연재해, 무자비한 권력이나 무법한 자들의 만행이 이런 공포심을 유발한다. 만일 그 두려움이 집단적으로 만연되어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 폭동과 같은 혼란으로 발전하거나, 마녀 사냥과 같이 공동체 안에서 취약한 자들에게 책임을 씌우고 희생을 강요하는 비! 정상적인 권력 남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독감에 대한 집단적이고 비이성적인 두려움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두려움이란 시간과 공간 안에서 피조물로 살아가는 인간이나 동물 존재의 한 부분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적 경험 자체는 부정적이지만, 사실 두려움은 생명의 보존을 위해 중요한 신호 역할을 한다. 호젓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 우리는 실제로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빨리 걷게 될 것이고, 위험에 노출되는 ? 챨@?짧을수록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시내산에서 하나님 앞에 선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강림하심을 앞두고 두려워 떨었다. 창조주 앞에 선 인간의 당연한 두려움이다. 만일 그들이 두려움이란 감정의 경고를 무시했다면 그들의 존재는 창조주의 진노 앞에 소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의 광범위한 전염 가능성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피조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외출한 후에는 청결하게 손을 씻고, 기침 매너를 지키며, 건강하게 몸을 관리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일 두려움이란 감정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고 무조건 떨쳐버리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과거 스토아 철학자들의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다. 스토아(stoa) 철학자들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포심이나 희망의 감정도 무조건 초월하기를 바랬다. 따라서 그들이 지향하는 인간상은 어떤 희망이나 절망도 느끼지도 않고 초월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무정(apathy)의 상태에 있는 인간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똑똑한 지식인의 처세라고 믿었다.

그러나 종교 개혁자 존 칼빈(John Calvin)은 이런 철학자들의 어리석은 시도를 비난하였다. 그는 인간이 경험하는 공포와 희망의 감정들이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기를 바랬다. 만일 신종 독감이 주는 두려움을 무조건 떨쳐버리고 거절한다면, 이 증상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놓쳐버릴 것이다. 칼빈에 따르면, 우리가 둔해 지거나 무기력해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깨우기 위해 위협을 하신다. 만일 이러한 위협이 차갑게 받아들여진다면, 그는 채찍을 들어 사람들의 무감각을 징계하”실 것이다.

만일 우리에게 개인적인, 혹은 집단적인 두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깨어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신호이며 경고이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경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 보아야 한다. 인간의 허황된 위엄과 영광을 믿는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을 무조건 떨쳐내려고만 노력할 것이다. 그런 ! 사람들 가운데는 로마 제국의 장엄한 전통과 두려움의 감정은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 오만한 키케로(Cicero)가 있었다.

다른 한 편, 이런 두려움은 공황 상태(panic)로 발전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두려움은 신적인 수단일 수는 있어도 우리의 궁극적인 주관자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일한 주관자는 오직 평강의 하나님뿐이다. 두려움은 하나님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탄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두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사회적인 혼란과 소외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사탄이 주관하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칼빈의 신학에서 섭리론의 목적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기쁨과 평안을 주려는 것이다. 그가 구원론에서 예정론을 말한 것도 믿는 사람들에게 확신과 위로를 주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구원이 예측하기 힘들고 불안정한 인간의 행위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의 변함없는 계획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칼빈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구원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 왜냐하면 두려움은 그리스도인들이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처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칼빈이 창조보다 하나님의 통치를 더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님께서는 전능하신 통치자이셔서 당신의 백성들을 책임져 주시고, 모든 혼란과 어두움을 통제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다스리실 때 비로소 그 백성들은 현재의 두려움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완전한 자유와 평안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신종 독감이 주는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평안을 찾고, 차분한 일상에 전념해야 한다.

신종 독감의 두려움은 우리 자신들을 영육간 돌아보게 한다. 그 두려움이 우리를 하나님에 대한 생각으로 깨어나게 하고, 피조물인 우리의 변화를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우리를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전능하신 하나님의 통치 안에서 확고한 평안으로 열매 맺어야 한다. 신종 독감의 계절에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가질 뿐만 아니라 깨어 하나님의 뜻을 생각해야 한다. 시대적 두려움을 믿음 안에서 신중하게 다루어 가야 하겠다. 물론 “너 근심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라는 찬송도 결코 잊지 말자.

기독교보 원고(9월5일자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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