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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글]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 . .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 길성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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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640회 작성일 08-04-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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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 . .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

선지동산 34호 게재 / 성경본문 바로읽기(2) / 길성남 교수




        1990년대 초에 한국교회는 소위 휴거 소동으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일단의 사람들이, 1992년 10월 28일 자정에 예수께서 공중재림하실 것인데, 그 때 신실한 신자들은 공중으로 끌어올려져 주님을 영접할 것이지만 신실하지 못한 신자들과 비신자들은 지상에 남겨져 7년 동안 무서운 환란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은 두 단계 재림설을 받아들였습니다. 첫째 단계는 예수께서 비밀리에 공중으로 재림하시는 것이고, 둘째 단계는 7년 대환란 직후에 천사장의 나팔소리와 함께 공개적으로 지상에 재림하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두 단계 재림설은 성경적인 근거가 매우 희박하거나 또는 아예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휴거설에 현혹되어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물론, 재산을 처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예수께서 공중 재림하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휴거에 참여하고자 열광적으로 기도하고 찬송하였습니다.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붉은색으로 ‘예수 공중 재림’과 ‘휴거’라고 쓴 띠를 머리나 어깨에 두르고 거리로 나와 휴거가 임박했다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4:36). 또 언제 주가 임할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너희는 깨어 있으라고 경고하셨습니다(마태 24:42). 이스라엘의 회복 시기를 묻는 제자들에게는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 바 아니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행 1:7). 따라서 휴거가 일어날 시점을 정확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신 그 날과 그 때를 당신들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당신들은 천사들이나 예수님도 받지 못한 특별 계시를 받았단 말인가?”    

        이런 비판에 대응하여 저들이 들고 나온 성경 구절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예레미야 33장 2, 3절입니다. “일을 행하는 여호와, 그것을 지어 성취하는 여호와, 그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자가 이같이 이르노라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저들은 이 본문에 근거하여 하나님께서 신실한 자기 백성의 기도에 응답하여 크고 비밀한 일을 알려주신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말하는 바,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알지 못하는 종말에 관한 비밀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지금은 종말이 임박한 시기이므로 하나님께서 간절히 부르짖는 자기 백성들에게 예수님의 공중 재림과 성도의 휴거가 일어나는 시점을 특별히 알려주신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일반 신자들뿐 아니라, 전문적인 신학교육을 받은 목회자들까지 현혹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 본문을 문맥에 비추어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 본문을 문맥에서 떼어내 읽으면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본문을 읽는 사람에 따라 개인의 장래에 관한 하나님의 계획으로 해석할 수 있고, 자기 가정이나 국가에 관한 중대한 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종말에 관한 비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 본문을 주관적으로 읽거나 자기 상황에 비추어 읽기 전에 반드시 본문의 문맥 안에서, 그리고 본문의 본래 상황에 비추어 읽어야 합니다.

        본문의 문맥을 살펴보면, 예레미야 33장 3절은 본래 예루살렘 멸망이 임박한 시기에 시위대 뜰에 갇혀있던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임한 말씀입니다. 1절을 읽으면 이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의 멸망을 거듭 예고하다가 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32:1, 2).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자기 조국의 멸망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는 그의 심정은 어떠하였겠습니까? 그는 자신이 전한 예언의 말씀 때문에 동족들에게 고초를 당했으며, 또한 임박한 조국의 멸망으로 인해 깊은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한 것입니다. 그 말씀이 바로 예레미야 33장 2, 3절입니다.

        본문에는 예레미야가 하나님께 부르짖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알려주십니다. 그 내용이 4절부터 마지막 절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보여주시는 크고 비밀한 일이란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공중 재림과 성도의 휴거입니까? 본문의 문맥을 볼 때, 그것은 죄를 범한 자기 백성의 죄를 용서하시고(8절), 바벨론 군대에 의해 살육 당한 백성들의 시체로 가득 찰 성읍들과 예루살렘을 다시 회복하여 영광스럽게 만드시는 것입니다(6-7, 10-14, 20-22, 24-26절). 그리하여 그들을 세계 만국 앞에서 하나님의 찬송과 영광이 되게 하시는 것입니다(9절). 더 나아가 메시아를 보내어 공평과 정의를 실행하시고 유다를 완전히 구원하시는 것입니다(15-18절). 요컨대, 유다와 이스라엘의 회복과 영광, 그리고 메시아를 통한 공평과 정의의 실현이 바로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보여주신 크고 비밀한 일인 것입니다.

        예레미야에게 주신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거듭된 죄로 인해 진노하시지만, 그러나 본질적으로 자비를 베푸는 분으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벌하실지언정 결코 버리지 않으시고 반드시 회복시키십니다. 따라서 예레미야는 비록 조국의 멸망이 임박했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을 넘어 미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일을 지어 성취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절망과 실의의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레미야 본문을 통해 하나님께서 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시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크고 비밀한 일--개인의 일이나 국가의 일, 또는 종말의 시간--을 알고 싶으면 하나님께 부르짖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일지라도 우리를 회복시키시고 새롭게 하실 하나님을 바라보고 실의와 절망의 자리에서도 믿음과 소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자비로운 분이시며 일을 지어 성취하는 분이시며, 또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크고 비밀한 일들을 능히 이루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역사하시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부르짖어야 합니다.

        이것이 예레미야 본문의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메시지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크고 비밀한 일을 보여주신다는 구절만 붙들고 그것을 재림과 휴거의 날과 관련하여 해석하는 것은 본문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그런 억지 해석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추종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요. 사도 바울이 가르친 말씀이 그런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한 베뢰아 사람들의 지혜롭고 사려 깊은 자세가 아쉬운 시대입니다. 본문을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그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영혼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본문을 문맥에 비추어서, 그리고 본래의 상황에 비추어서 읽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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